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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애플 뮤직이 한국저작권협회와의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뉴스가 떴습니다. 당연히 국내 음원 서비스 업체의 담당자들과의 반응도 같이 실렸고, 기사 내용은 찬반이 갈리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저작권료의 하향 평준화'의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 여전히 음원 시장을 바라보는 언론의 기준이 창작자에게 있지 않고, 거대 서비스 업체에 있음을 짐작케 합니다. (2016년 6월 26일 머니투데이 기사)


애플 뮤직의 계약조건이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설사 전체적인 저작권료가 하향 평준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더 높아질 수가 있습니다. 비밀계약유지 조항에 묶여 세세한 계약사항들을 알 수는 없으나, 이제까지의 애플의 행보를 본다면 창작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들이밀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예로, 약 1년전 애플 뮤직이 전세계 런칭하면서 3개월 무료듣기를 프로모션했고, 그 3개월간 창작자들이 음원수익이나 저작수익을 희생해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테일러 스위프트가 불공정하다며 공개적으로 항의했었죠. (2015년 6월 23일 파이낸셜 뉴스 기사)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개 항의가 많은 호응을 얻자 애플 뮤직은 방침을 철회하여 무료 3개월의 기간에도 창작자에게 수익을 지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 국내 음원 수익 구조 현황


현재의 우리나라 음원 시장의 수익 구조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1곡을 정식으로 다운받을때 600원이라 가정하겠습니다. (한곡 다운받으면 사실 부가세를 포함해서 66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우리가 한곡을 다운받고 금액을 지불하면, 그 매출은 그대로 음원 서비스 업체의 매출로 잡힙니다. 잘 아시는 멜론, 엠넷, 벅스, 올레, 지니, 네이버뮤직 등이 바로 이런 음원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600원 매출의 40%인 240원이 우선 이런 업체들의 서비스 비용으로 빠져나갑니다. 



10%의 저작권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 지급되어 수수료를 제외하고 저작권자의 통장으로 입금됩니다. 이때 작사, 작곡, 편곡의 비중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적용되며, 위의 그림에서는 작사자, 작곡자, 편곡자가 있다고 가정하고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상정해보았습니다. (저작권협회의 수수료가 9%밖에 안되는데, 윤명선 회장의 공격적인 회사운영으로 예전에 비해서 상당히 투명해지고 공정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연과 제작은 바로 저작인접권에 해당하는데요, 6%의 실연료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로 지급되어 수수료를 제외하고 각 실연자들에게 1/N로 전달이 됩니다. 수수료 20%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연자연합회 가입시 가입비용이 없는 점은 장점입니다. 저작권협회는 가입비용으로 18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제작자에게 지불되는 44%는 우선 음원유통업체로 가게 됩니다. 보통 음원을 발매하게 됐을때, 개인이 사업자등록 등을 통해 각각의 음원서비스 업체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 진행할 수도 있겠으나, 상당히 번거롭고 행정적인 일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음원서비스 업체들과의 계약을 대행해줄 음원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음원발매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 서비스 요율은 대부분의 업체가 20%를 받고 있습니다. 음원유통업체로 전달된 264원 중 80%에 해당하는 211.2원을 제작자가 받게 됩니다. 


만약 본인이 작곡, 연주, 노래, 녹음, 제작 등을 모두 수행한 1인 제작자라면, 저작권자, 실연자, 제작자를 포함한 창작작 그룹에 돌아가는 금액인 294.6원을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원서비스 업체들은 유통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 올레-KT 같은 경우죠. 따라서 이런 경우 음원 서비스와 음원 유통을 함께 담당하는 업체는 240+52.8=292.8원을 챙기게 됩니다. 


심지어, 각종 정액권 서비스를 통해서 1곡당 600원인 단가도 300원이하로 떨어질때가 대부분이므로, 실제로 창작자 그룹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50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애플 뮤직을 통한 음원 수익 구조 변화


한창 런칭을 위해 각종 계약을 진행 중인 애플 뮤직의 경우 다음과 같은 구조가 됩니다. 

애플 뮤직은 곡당 $0.99가 기준이지만, 국내 여건상 1,000원으로 한곡 당 금액을 가정하였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나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과의 계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개가 되어 있지 않아서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없으나, 현황과 같은 저작권료 10%, 실연료 6%로 가정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작사에게 애플뮤직이 지불하는 금액의 비중이 매출의 54%가 됩니다. 

애플 또한 음원 서비스와 유통을 동시에 담당하는데, 특이한 점은 오로지 자사의 뮤직 서비스에 음원을 유통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애플에게 유통을 맡긴 음원은 애플 뮤직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애플은 음원 서비스나 유통의 범위와 관계없이 30:70으로 서비스요율을 일괄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즉, 유통마진을 따로 챙기지 않고 그냥 1000원에 팔아서 300원만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위 그림을 보시면, 이러한 30:70이라는 고정적 서비스 요율과, 유통 마진을 일정 부분 포기한 수익 구조를 통해 창작자 그룹은 679원이라는 금액을 손에 쥐게 됩니다. 각종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원래 70%에 해당하는 700원에 근접한 금액을 창작자들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죠. 


다만, 국내 서비스 업체 보다 비싼 한곡당 가격이 걸리고, 통신비와 잘 결합해서 사용하고 있는 국내의 정액권 이용자들이 굳이 애플 뮤직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옮기는 모험을 감행할 것인가? 가 변수가 될 수 있겠습니다. 




3. 애플 뮤직의 위협 요소는? 


크게 두 가지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창작자들이 굳이 국내 음원 서비스나 유통을 이용하지 않고, 애플뮤직만을 통해서 서비스하는 경우입니다. 

대형 기획사나 잘나가는 아이돌 가수가 아닌 인디뮤지션들의 경우, 어차피 국내에서의 홍보 채널도 협소하고, 음원을 내봤자 제작비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애플뮤직과의 단일 계약을 통해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려보는 것이 이득일지도 모릅니다. 수익을 비교해봤을때 애플에 집중하는 것이 인디나 마이너한 장르의 뮤지션입장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서면, 그땐 상당히 분위기를 탈 수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1인 제작이 가능한 뮤지션일수록 애플 뮤직과 직접 계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해외 음원들이 국내 서비스 업체를 통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플 뮤직이 국내에 들어와있고, 이미 방대한 해외 음원 컨텐츠를 보유해 어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국내 업체와의 복잡한 계약을 수행하면서 들어올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간단히 애플 뮤직과 계약하고, 애플 뮤직이 한국에서 음원을 팔아주는 형태를 가만히 지켜봐주기면 하면 되겠죠. 



위의 두가지 요소가 분위기를 타게 되면, 애플이 가진 해외 컨텐츠 및 국내 인디 컨텐츠 vs 국내 음원사의 메이져 컨텐츠의 대결구도가 될수도 있겠네요. 



4. 결론적으로...


국내 음원 서비스 및 유통 업체들의 수익구조 변화가 필요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창작자들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형태가 되어야, 국내 뮤지션도 잡고, 국내 고객들도 계속 붙잡아둘 수 있겠죠. 


2016년 3월 11일 Business Post의 기사를 보면 재미있는 예측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음원 수익 구조의 변화 없이 음원 사용료를 인상하는 것은, 국내 창작자에 대한 대우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국내 음원 서비스 업체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겁니다. 


애플 뮤직의 공세에 이제 앞으로 음원 시장이 어떤 판도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 음원 소비자이자 제작자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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