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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gearslutz.com(https://www.gearslutz.com/)에서 신규 장비에 대한 리뷰나 해외 유저들의 생각들을 엿보고는 하는데, 매우 좋은 조언들이 있는 Thread가 있어 공유합니다. 원글은 링크(https://www.gearslutz.com/board/so-much-gear-so-little-time/1151676-best-mixing-mastering-monitors-2017-a.html)로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5월, 아이디 'Zadkhel'이 'Best mixing and mastering monitors in 2017!!'이라는 제목으로 Thread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의 고민은 1,500 ~ 2,000 유로의 정해진 예산안에서 믹싱 및 마스터링까지 수행할 수 있는 가성비 좋고 플랫한 성향의 모니터스피커를 찾는 것이고, 그에 대한 조언을 Thread를 통해 구해본 것입니다. 


Thread의 주제는 사실 매우 오래된 논란이자 상투적인 주제인데, '무엇이 믹싱과 마스터링에 있어서 가장 좋은 모니터스피커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쓸모없는 답변들은 제외하고 의미있고 시사하는 부분이 있는 답변들만 모아서 정리하겠습니다. 









1. 실제로 소리를 듣고 스피커를 선택하라



아이디 'JP_'가 다소 시니컬하게 답변을 답니다. 


"아무도 당신의 악몽을 끝내지 못할 것이다. 당신의 적은 예산안에서 특정 브랜드의 스피커가 다른 브랜드보다 낫다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인다. 당신의 개인적인 취향과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실제로 나가서 (샾에 가서) 소리를 들어보고 찾아보아라.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상당히 동의하는 말입니다. 음악과 음향의 작업에 있어 스피커의 중요성은 당연히 강조해야하지만, 낮은 가격대에서 스피커의 기술적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각 브랜드가 소위 '스튜디오 모니터'라고 내놓는 제품들은 정말로 스튜디오에서 사용해도 무방한 제품들입니다. 음악을 감상하는 이는 더 좋은 스피커에 더 좋은 앰프를 놓고 미세한 소리 변화를 감지하면서 즐거워하겠으나, 음악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되도록 심심하고 큰 자극이 없는 스피커를 선호하게 되는데, 한 조에 50만원 정도의 스피커라도 10년전에는 그 가격대에는 꿈꾸기 힘들었던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게다가 '룸 어쿠스틱'이 제대로 처리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서는 어느 스피커를 들어도 원하는 사운드가 나오지 않을테니, 스피커의 선택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일정 부분 무의미할 수도 있겠죠. 







2. 적은 예산으로 마스터링까지 다루기에는 위험하다



아이디 'Hemetech Mastring'이 또다른 조언을 해줍니다. 


"당신은 완벽하고 명확하고 깨끗하고 플랫하고 투명한 사운드를 내주는 모델을 원하고 그 모델로 마스터링까지 수행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모델들은 절대로 저렴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Full Range Mastering'이 가능한 등급의 스피커들은 무척 비싸다. 실제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가서 모델들을 구경해보라."


보통 믹싱과 마스터링에 사용하는 스피커는 그 등급에 있어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믹싱 엔지니어가 충분한 자금만 있다면 마스터링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수십년 경력의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이 시장에서 쌓아온 명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꾸민 스튜디오와 큰 자금을 들여 구비해 놓은 장비들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믹싱은 트랙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므로 자신이 보유한 스피커의 성향이나 약점을 제대로 알고 들을 수만 있다면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수행이 가능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터링은 트랙 전체를 하나로 보고 마지막으로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수반하므로 믹싱과는 시각이 달라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1인 작업자가 믹싱과 마스터링을 수행해야할 때는 어쨌든 믹싱과 마스터링의 시각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고, 물리적으로 아예 다른 장소에서 작업을 나눌 수 없다면, 모니터스피커라도 다른 세트를 가지고 수행하는 것이 판단에 더 유리하겠죠. 







3. 룸 트리트먼트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이디 'SommthTone'도 핵심적인 조언을 합니다. 


"어떠한 스피커도 나쁜 방(공간)을 이길 수 없다"


룸튜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서는 스피커를 교체하는 것으로 사운드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외국의 믹싱과 관련한 전문 서적들을 보면, 대체로 모니터스피커와 룸튜닝에 쏟는 예산을 50:50으로 가져가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죠. 200만원의 예산이 있다면 200만원짜리 스피커를 사는 것이 아니라, 100만원짜리 스피커를 사고 나머지 100만원으로 룸어쿠스틱에 투자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겁니다. 







4. 하이파이 용 스피커를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다



아이디 'andredb'의 참신한 조언도 눈길을 끕니다.


"제한된 예산으로 믹싱과 마스터링에 사용할 좋은 스피커를 찾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데리고 하이엔드급 모델들을 파는 하이파이 스토어를 방문했다. 그는 자신의 예산 안에서 매장에서 들어볼 수 있는 모든 모델들을 청음해 보았고, 마음에 드는 모델이 없자 또다른 하이파이 스토어를 방문했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찾아 그는 매우 만족해했다. 대부분의 마스터링을 위한 스피커는 하이파이 마켓에 몰려있음을 기억하고, 적은 예산에서는 오히려 '스튜디오 모니터'를 피하라."


여기에는 Active와 Passive의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믹싱이나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이 최종적으로 추천하는 모델은 대부분 Active 모니터가 아니라 Passive일 확률이 많고, 이는 태생적으로 Passive스피커의 사운드가 차분하고 Active보다 왜곡이 덜하다라는 트렌드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이엔드급의 매우 고가의 모델로 갈수록 Active와 Passive의 격차가 줄어들죠. 'andredb'는 이런 관점에서, 1,500 ~ 2,000 유로 사이에서는 액티브 스튜디오 모니터를 찾지 말고, 하이파이 용으로 사용되는 패시브 모니터를 찾아볼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물론 패시브 스피커의 경우 앰프가 필수인데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우려가 있긴 하죠. 


몇년전부터 마스터링 스튜디오를 위주로 인기를 끄는 Amphion의 모델들은 Passive 모니터들이고, ATC가 스튜디오를 겨냥해 출시한 Active 모니터인 SCM25A Pro와 같은 모델들은 1,000만원은 예사일 정도로 고가입니다. 액티브 위주의 모니터만을 출시하고 있는 Barefoot의 모델들도 1,000만원 정도를 들여야 플래그쉽 모델을 구경해볼 수 있죠.

 





5. 믹싱을 위해 여러 스피커 세트를 구비하라



아이디 'elegentdrum'도 의미있는 조언을 던집니다. 


"믹싱에 있어서는 2,3가지 모니터 셋을 운용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Yamaha HS80M을 보유하고 있는데, Manaplaner 1.7을 서브우퍼와 함께 2.1채널로 운용하고 있으며, B&W 모델도 한세트 가지고 있다."


믹싱할 때에는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모델들로 들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메인 모니터스피커로 느끼지 못했던 믹스의 약점과 단점들을 다른 환경에서 들었을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 믹싱 엔지니어들이 믹싱 세션을 마친 작업물을 퇴근하는 차 안에서 들어보거나, 싸구려 라디오를 통해 재생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공원을 산책하면서 들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가에서 중가 정도의 스튜디오 모니터가 기술적으로 큰 차이는 없겠으나, '소리의 성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각 나라마다 스피커 탄생의 배경이 다르고 각 모델이 탄생하게된 역사가 다릅니다. 저마다 기술을 가지고 강점을 내세우고 있고, 스피커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가 갈립니다.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죠. 따라서, 3개 정도의 모니터 셋을 보유하고 있으면 믹싱 때 서로다른 셋을 통해 들어볼 수 있으므로 유리합니다. 


보통 미디를 입문하면서 1조에 50만원 정도의 스피커를 구매했다면, 2~3년 후에 좀 더 스피커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집니다. 이 때 기존에 구매했던 스피커를 팔지말고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서, 1조에 100만원 정도의 스피커를 구매해서 같이 사용하는 겁니다. 이미 2~3년간 귀에 익숙해있던 사운드가 작업에 분명히 도움이 될테고, 새로운 스피커 셋으로 그간 못들었던 소리를 통해 작업에 능률이 오를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도 사운드에 대한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이게 되구요. 










6. 룸 튜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라



아이디 'pw2005'는 특정 모델을 거론합니다. 


"룸 교정이 가능한 Genelec 8340 모델을 확인해보라. 룸 어쿠스틱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재파에 대한 룸튜닝은 필요하다."


최근에 Genelec SAM 기술을 데모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모니터스피커 자체 DSP와 GL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리 EQing이 된 사운드를 스윗스팟에 전달하게 됩니다. 요새 유저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고 있는 'Sonarworks'도 비슷한 개념의 Room Correction Software입니다. 그동안 Hi-fi 유저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공간 교정 소프트웨어들은 하드웨어 장치와 함께 판매가 되어 어마어마한 가격에 형성되어 있었는데, 컴퓨터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하는 음악 제작자나 엔지니어들의 입장에서 단순 소프트웨어를 통해 과거 고가의 장비에 꿀리지 않는 Room Correction이 가능한 시대에 온 것이죠. 


SAM이나 Sonarworks 모두 어쩔 수 없이 cpu를 꽤나 잡아먹긴 하지만, 룸 어쿠스틱의 한계가 있는 작업실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만한 솔루션이라 생각합니다. 






7. 최종정리



아이디 'Gusss'가 구체적인 조언을 해줍니다. 그의 조언으로 결론을 대신할까 합니다.


"

1. 'Resolution Magazines'의 스피커 측정(https://www.resolutionmag.com/content/reviews/monitoring/)을 참고하라. $200의 Tannoy 제품이 고가의 PMC AML2 스피커보다 좋은 주파수 특성을 가지고 있다.

2. 저음이 강한 음악의 마스터링을 위해서는 20Hz까지 플랫한 성향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3. 'RCF mythos 8'처럼 예산 안에서 저음까지 다룰 수 있는 스피커를 선택하라.

4. 항상 나오는 이야기지만, 룸 트리트먼트가 중요하다. 당신의 예산에서 최소 500달러는 베이스 트랩 등 룸 튜닝을 위해 확보해 놓아라.

5. 'Sonarworks'를 구매하라

6. 'REW (Romm EQ Wizard)'에 대해 공부하라. 측정용 마이크로 플랫한 성향의 주파수 반응을 얻을 때까지 룸 튜닝을 지속하라.

"


매장에서 선호하는 스피커의 아무리 사운드를 들어봐야 집에 가지고 오면 소리가 다릅니다. 공간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죠. 우리 귀는 가뜩이나 착각을 많이 해서 날씨에 따라, 기온에 따라, 심지어 조명에 따라 사운드가 다르게 들리기도 합니다. 이런 착각을 방지해줄 길은 객관적인 측정 데이터 밖에 없겠죠. Resolution 매거진의 모니터 측정 데이터에 많은 모델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충분히 어느정도 참고가 됩니다. 자신의 스피커 모델의 매뉴얼에도 이런 주파수 반응 그래프가 나와있습니다. 또는 구글의 검색창에 스피커 모델명과 함께 'Frequency Response'라고만 쳐도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Sonarworks를 구매하라거나, REW를 이용해보라는 조언은 무척 실용적입니다. 저도 활용하고 있구요. REW의 측정은 고급 측정 툴은 아니지만 과장된 저음의 영역이나, 정재파에 대한 룸모드 주파수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합니다. 


'Gusss'는 다음과 같은 또다른 무척 중요한 조언을 해줍니다. 


"Senheiser HD600과 같은 헤드폰을 통해 당신의 모니터로 하기 힘든 부분의 믹싱을 수행할 수 있으니 고려해보라. 또한, 마스터링까지 욕심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마스터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B&W와 같은 하이파이용 고급 스피커가 아니라 바로, 오랜기간 단련된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경험과 노하우에 있기 때문이다. "


모니터 스피커와 헤드폰을 번갈아 가면서 믹스를 확인해보는 것은 매우 잘 알려진 기법 중의 하나입니다. HD600이나 HD650 시리즈는 수많은 스튜디오는 물론 홈 유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핫한 아이템이죠. 특히 마스터링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이 되는데, 국내 유명 마스터링 스튜디오더라도 곡 당 15~20만원 정도의 가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스터링까지 고민하느라 고가의 스피커 시스템을 구비하고, 마스터링을 공부해서 겨우겨우 결과물을 만들어낼 바에야 전문가의 귀를 15만원에 빌릴 수 있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겠죠. 1년에 10곡 이하로 내는 제작자라면 더더욱 마스터링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다만, 본인이 향후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꿈이 있고, 1년에 100여곡을 작업해야하는 입장이라면 가격적인 측면에서 마스터링까지 다루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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