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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믹싱(Mixing)의 최종 퀄리티는 항상 딜레이(Delay)와 리버브(Reverb)를 얼마나 잘 잡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보컬 트랙에 주는 딜레이나 리버브는 그래서 더더욱 중요합니다.

 

보컬(Vocal)에 딜레이를 주는 수만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그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적용하면 좋겠습니다. 

 

 

 

1. 보컬에 깊이감을 더하는 용도

 

매우 역사가 깊은 딜레이 기법인데요, 곡의 템포를 기준으로 하여 SEND로 보낸 후 1/8 이나 1/16의 딜레이를 주어 보컬에 깊이를 주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트랙들이 곡의 비트에 맞추어 연주하여 녹음되어 있기때문에 1/8 딜레이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SEND로 보내는 양을 잘 조정하여 "거의 들리지 않으면서 미묘하게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믹싱의 기본이지만, 믹싱을 수행할 때에는 solo로 놓지 말고 항상 전체 믹스 상에서 작업해야 합니다. 전체 믹스 상에서 1/8 딜레이가 미묘하게 작동하는 볼륨을 들으면서 찾아내야 합니다. 이 때 Feedback은 1/8가 한번정도 들리도록 최소로 놓는 것이 좋습니다. 목적이 딜레이가 아니라 보컬에 깊이감을 주겠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여기에 곡에 따라 1/16 딜레이를 추가해 주어 깊이감을 더 강조하는 동시에 전체 믹스와 보다 부드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1/8나 1/16딜레이의 사용은 보컬을 강조하고 다른 트랙과 잘 섞이게 하는 용도이므로 딜레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을수록 좋습니다. 이는 SEND로 보내는 볼륨으로 제어할 수도 있고, 하이패스필터 (HPF, High Pass Filter)나 로우패스필터 (LPF, Low Pass Filter)를 사용하여 과도한 저음이나 고음을 커트하는 식으로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리버브에 적용하는 느낌과도 비슷합니다. 

 

정통적인 딜레이 기법에서는 SEND로 보낸 2개의 독립된 딜레이에 서로 다른 좌우 패닝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딜레이 자체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보컬에서는 보컬 자체에 집중하고 있고, 보통 보컬의 목소리는 믹싱 이미지의 가운데에 위치하므로, SEND로 보낸 딜레이도 패닝 하지 않고 가운데 위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보컬의 코러스를 강조하는 용도

 

 

1/8 딜레이나 1/16 딜레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특히 코러스 (흔히 말하는 싸비)에서는 오히려 딜레이를 좀 더 강조하여 코러스에서의 보컬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용도입니다. 장르에 따라 1/4 딜레이를 추가하는 것이 보통이고, 극단적으로 1/2 딜레이를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HPF와 LPF를 적용하지만 1/8, 1/16 때와는 다르게 살짝 적용해주고, 피드백 (Feedback)은 더 늘려서 딜레이를 강조해줍니다. 

 

잘 사용하면 세련되고 잘못 사용하면 촌스러워지는데, 프로듀싱에 따라 일부로 딜레이를 강조해 원하는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컬을 뒷받침하기 위한 용도이므로, 전체 그림에 명암을 좀 더 강조했다는 분위기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3. 보컬에 거리감을 주기위한 용도

 

현대 음악의 믹싱은 예전보다 보컬이 훨씬 앞에 있는 느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보컬에 걸리는 리버브나 딜레이를 최소화하고, 믹싱 상에서 오히려 살짝 분리하여 보컬을 앞으로 가져오는 식의 믹싱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장르에 따라 보컬과 관객의 거리에 살짝 거리를 줄 필요도 있습니다. 매우 짧은 딜레이를 주고 딜레이 시간을 조절하면 믹싱 상에서 보컬을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밀 수 있는데, 이를 선행음 효과 (Haas Effect)라고 합니다. 딜레이 길이는 템포나 박자에 맞춘 1/16, 1/8, 1/4 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임의적으로 조절하여 50ms이하의 매우 짧은 길이를 줍니다. 또한 사용하는 딜레이에 Wet/Dry 기능이 있다면 굳이 Send로 보내지 말고, 보컬 트랙에 직접 적용해도 좋습니다. 

 

사실 이 선행음 효과를 위한 딜레이는 보컬의 요구에 따라 결정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좀 더 도드라지게 보이고자 하는 보컬은 굳이 선행음 효과를 줄 필요가 없으며, 믹스 상에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다른 악기들과의 밸런스를 중시하는 보컬은 선행음 효과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4. Soundtoys - EchoBoy

 

국민 딜레이라 부르는 사운드토이(Soundtoys)의 에코보이(EchoBoy)가 유명한 이유는 딜레이를 걸 때 수행해야할 모든 작업들을 이 플러그인 하나로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Dry/Wet 기능은 물론, 섬세한 Time 조절과 Feedback, Low Cut과 High Cut 기능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각종 딜레이 타입을 정할 수 있으며, 딜레이의 테잎 효과까지 한방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유저 인터페이스이지만, 적응만 하고 나면 가장 강력한 딜레이 툴임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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