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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등 규모 있는 음원을 작업하는 작곡가나 정교한 귀를 가진 믹싱 엔지니어에게 극찬받은 바 있으나, ME-G (musikelectronic geithain)는 국내에 많이 알려진 회사가 아닙니다. 

 

Geithain은 독일 동부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마을인데, 이 지역에 대한 정보도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작은 마을에 Joachim Kiesler가 1960년 처음 회사를 설립했고, 당시에는 오디오를 다루는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역사는 대부분의 오디오 회사들이 비슷한데요. 세계 1,2차 대전으로 인류는 불행해졌으나 전기와 통신 분야에서는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자 제품과 통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완제품을 만드는 대형 회사 뿐만 아니라 부품을 조달하는 소규모 중소업체들이 여기저기 설립됩니다. 이런 회사들 중 텔레비젼이나 라디오 방송과 관련이 있던 업체들은 점차 '소리'를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기술에 집중하게 되고 이렇게 발전된 회사들이 우리가 아는 오디오 브랜드일 확률이 높습니다. 

 

 

어쨌든 이 회사는 1980년까지 마이크 앰프, 전자 오르간, 파워 앰프 등을 생산하며 기술이 발전했고, 1984년에 이르러 처음 스피커를 출시했습니다. 이때 출시된 RL900은 방송국의 스튜디오를 위한 라우드 스피커였는데,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극장이나 콘서트 홀에도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1990년에 RL900은 '가장 투명하고 정확한' 스튜디오 모니터로 각광받았습니다. 

 

ME-G는 특히 애초부터 동축 (co-axial) 디자인을 도입한 것이 특징적인데, RL900의 디자인은 지금봐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또한, 이 모델은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RL901로 출시되어 여전히 대형 스튜디오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16인치에 3-way 라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액티브 모니터로서 30Hz에서 20,000Hz까지 정교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품이죠. 가격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ME-G 제품을 파주의 '싱크피쉬'에서 정식 수입하고 있는데 아마도 1조의 가격은 2,000만원 가까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1990년대 이후로 ME-G는 점차 소형화되는 스튜디오의 사이즈에 맞추어 하위 단계의 모델들을 출시하게 되는데요, 동축과 3-way를 유지한 미드필드 라인들과, 그 아래에 동축과 2-way의 니어필드 라인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때마다 903, 904 식으로 숫자를 증가시키게 되어서 하위 모델들의 제품 넘버에 더 큰 숫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숫자가 더 클수록 가격이 더 저렴한 추세입니다. 

 

 

이 중에서 개인작업자나 소규모 작업실을 위한 동축 스피커 라인은 2-way 모니터인 MO-1, RL906, MO-2 가 있습니다. 유닛 사이즈는 차례대로 4인치, 5인치, 6인치인데요, 그만큼 성능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곧 가격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특히 MO-1은 Bandwidth가 100Hz 시작하고 있어서 저음이 부족한데다가 사이즈마저 작아서 현대 음악에 있어서는 모니터스피커로서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런 점에서 소리 성향은 NS-10과 비슷하리라 예상할 수 있죠. 미드레인지 모니터에 집중된 경향이라 용도에 따라 필요로 하는 작업자들이 있을 겁니다. 

 

RL906은 50Hz, MO-2는 46Hz부터 Bandwidth가 시작되는데, RL906의 경우 제가 직접 측정을 해보니 45Hz부터 경사면이 생기더군요. 보통 시중에서 많이 사용하는 2웨이 제품군들을 보면, Bandwidth가 40Hz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60Hz부터 깎이기 시작해서 40Hz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은데, ME-G 제품은 이 부분에 있어서 신뢰도가 확실했습니다. 

 

RL906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트위터가 우퍼와 겹쳐있는 동축 디자인이 시선을 끌고, 특히 포트가 천장에 있는 점이 특이하죠. 상당히 의미있는 디자인이라 생각하는데요, 포트가 앞에 달려 있는 모델들의 경우 위상이 다소 앞으로 잡히거나, 포트를 통해 왜곡된 저음의 중첩이 심해 니어필드로 사용하기에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RL906을 처음 청음하게 되면 위상이 뒤로 잡힌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아마도 기존의 2-way 스피커의 청음에 익숙해 있던 이유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실에서 자세히 모니터링을 해보니 위상은 정확히 양쪽 모니터 사이 라인에 잡히더군요. 

 

MO-1, RL906, MO-2의 가격은 정식수입가 기준으로 대략 1조에 200만원, 400만원, 500만원에서 색깔이나 수입 현황에 따라 수십만원이 왔다갔다 합니다. 홈스튜디오나 개인 작업실의 입장에서는 RL906과 MO-2가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라고 할 수 있겠죠. 

 

 

뒷면은 위 사진과 같이 생겼습니다. 전원과 오디오 케이블을 후면에 바로 꽂는 형태라 벽에 완전히 붙일 수는 없는 것은 단점아닌 단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스피커를 켜둔 채로 오래있다보면 이 뒷면으로 많은 열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위에 보이는 방열판은 이 열을 제어하기 위한 용도로 보입니다. 

 

소리의 성향은 따뜻한 편입니다. 현재는 RL906을 내리고 Genelec 8330을 거치해 두고 있는데, 소리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8330은 좀더 라이브한 사운드를, RL906은 좀더 정제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동축 성향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이전에 데모했었던 Genelec 8331과는 좀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앰프 출력 자체는 Genelec이 더 좋아서 조금만 볼륨을 올려도 충분한 모니터링 레벨에 닿을 수가 있고, RL906은 오디오인터페이스의 힘을 많이 빌려야 합니다. 

 

일전에 어느분이 Genelec 8331과이 비교를 요청하신 적이 있어서 제 주관적인 느낌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3웨이와 2웨이의 비교이므로 RL906이 불리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긴 합니다. 8331은 확실히 작곡, 믹싱, 마스터링에 이르기까지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사용자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급 모니터 중의 하나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Genelec 특유'의 사운드 성향에 대해서는 청음을 통해 본인과의 궁합을 잘 판단해 보셔야 겠습니다. 

 

RL906은 확실히 최신의 트렌디한 음악을 작업하는데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있는데, 이는 저음의 확보보다는 반응의 빠르기라고 봐야겠습니다. 물론, 이 빠르기조차 8331과 비교했을때 조금 뒤쳐진다는 뜻이지, 2웨이 스피커 그룹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저음은 40Hz까지도 충분히 모니터할 수 있어서, 룸 환경만 잘 갖추어져 있다면 서브우퍼의 사용을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혹시 ME-G 제품 청음을 위해 싱크피쉬를 방문하실 일이 있다면, 싱크피쉬의 청음룸이 스튜디오 모니터 보다는 하이파이 청음룸에 가깝다는 것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미리 연락드리고 RL906 세팅을 요청드린다음에 갔는데, 5인치 니어필드를 판단하기에 싱크피쉬의 청음룸이 너무 넓어서 소리가 공간에 퍼져 버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살짝 걱정이 됐는데, 다른 사운드 특징들이 너무 좋아서 이후 구매를 결정하고 제 작업실로 데려 왔었습니다. 확실히 제 작업실의 니어필드 환경에서 들으니 사운드가 퍼지는 느낌도 전혀 없었고, 싱크피쉬에서 들을 때보다 훨씬 좋더군요. 

 

감히 3-way 동축인 Genelec 8331과의 비교가 어느정도 가능했던 RL906의 위엄을 고려하여 평점은 5점 만점에 5점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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