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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삼아프로사운드에서 주최한 제네렉 (Genelec)세미나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제네렉의 신규 플래그쉽 모델인 One 시리즈에 대한 프로모션을 겸한 세미나였는데 CEO인 Siamäk Naghian이 직접 진행한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벌써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가 되었다는 것에 다시 놀랬죠. 

 

어찌보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제네렉 특유의 디자인이, 가장 중립적인 소리를 뽑아내기 위한 제네렉 나름의 기술 집약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8331, 8341, 8351로 나뉘어지는 One 시리즈 이전에, 8330, 8340, 8350 이 있었습니다. 3-way, 2-way 라는 차이가 있을 뿐 두 라인의 사운드 성향은 완전히 같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마침 이번에는 8330을 데모할 수 있게 되어, 비록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작년 말에 데모했던 8331과 어렴풋이 비교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5인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8331의 강력한 저음에 못지 않게 8330의 저역도 훌륭하였는데, 저역의 단단함과 타이트함은 역시 3웨이인 8331이 한두수 위더군요..

 

 

흰색의 이쁜 상자 1조가 매우 흐뭇했습니다. MADE IN FINLAND라는 로고도 보이네요. 8331을 함께 데모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뻐하고 있는 작곡가 L군이 뒤에 보입니다. 

 

 

확실히 제네렉 라인 중에서는 중간급(?)이라서 그런지 봉해져 있는 윗면을 뜯어내느라 조금 애먹었습니다. 8331은 애플의 포장을 상기시키는 훌륭한 박스로 포장되어 있어 꺼내는 기쁨이 있었는데, 8330은 조금은 무식(?)하게 뜯어야 되더군요.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한 가격대의 비슷한 모델들은 박스 자체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 편이라 제네렉만 뭐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사용자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포장을 뜯는데서부터 제품의 평가는 시작되기도 하니까요 ㅎ

 

 

 

제네렉 사용자라면 익숙한 뒷면입니다. 다른 브랜드의 스피커들 보다 특히 제네렉 제품의 스피커 뒷면을 좋아하는데요, 엔지니어가 매우 좋아할만한 디자인에 미적인 감각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케이블과 라인들을 아래에서 위로 꽂을 수 있게 만들어, 벽에 완전히 붙이거나 가까이 두어도 전혀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 점은 다시봐도 훌륭합니다. 제네렉에서 추천하는 모니터스피커의 위치 등의 자료를 보면, 룸모드로 인한 부스트나 딥을 피하기 위해서 스피커를 벽에 가까이 두는 것을 권하고 있는데, 이러한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디자인이라 하겠습니다. 

 

 

앞면은 엔트리 모델인 8030 등과 비슷한 느낌이라 크게 거론할 부분이 없네요. 트위터 쪽이 움푹 들어가 있는 형태가 바로 제네렉이 연구를 거듭해서 탄생시킨 중립적 사운드를 위한 디자인인데,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8030 등의 하위 라인은 다른 제네렉 라인들보다 저역대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고음이 부곽되는데, 다소 쨍쨍대는 느낌이 난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소리를 들어보니 8330은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의외로 상당히 라이브한 소리를 들려주어 저나 같이 데모한 L군이 깜짝 놀랬습니다. One 시리즈들이 최고급 스포츠카라고 가정한다면, 8330이 속한 라인은 오프로드에서도 거침없는 고성능 SUV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특히 내장 앰프의출력이 좋아서 동급의 타 브랜드의 스피커들 보다 같은 볼륨에서 더 큰 소리를 내주고 있었고, 45Hz ~ 23kHz 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가감없이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같은 5인치인 8331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8331은 소리의 입자가 곱고, 8330은 다소 거칠다.

- 8331은 매우 정교한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 특히 이미지를 잡거나 리버브 테일을 세밀하게 잡을 때 유리하고, 8330은 작곡과 믹싱에 걸쳐 범용으로 사용하기에 유리하다. 

- 모니터스피커의 가장 기본 요건인 좋은 믹스는 좋게, 나쁜 믹스는 나쁘게 들리는 성향에 8330을 포함시켜도 무방하다. 

- 8330의 저음은 2웨이를 능가하는 파워를 내주면서 많이 왜곡되지 않은 느낌이라 좋았음. 서브우퍼가 구비된다면, 8331의 성능을 90%까지 쫓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음. 

- 공통 강점인 SAM시스템의 활용으로 스피커 칼리브레이션을 통해 모니터링의 정확도를 극도로 높일 수 있음. 

 

특히나 8330의 거칠고 라이브한 느낌은 현재 유행하는 음악들 - EDM, 일렉트로닉, 힙합 - 등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재즈나 클래식을 청음할 때에도, 비록 하이엔드의 그것에는 못미쳤으나, 충분히 객관적인 판단 근거를 작업자에게 줄 수 있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이번에 GLM 소프트웨어도 2.0에서 3.0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사실 소프트웨어의 인터페이스만 보면, 2.0과 3.0의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UI 디자인도 거의 그대로고, 사용하는 방식도 이전과 같았습니다. 특히 이전에는 사용자가 직접 칼리브레이션 수치를 조정해서 좀 더 정교하게 수정이 가능했었는데, 이번에 3.0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이 기능이 불가능하더군요. 

 

SAM 시스템의 인공지능에 많은 것을 부여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양 스피커의 부스트만 제거하고, 딥은 보정하지 않고 사운드 왜곡을 최소화하는 철학은 그대로 유지되어 반가웠는데, 좀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업그레이드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번에 데모한 8330에 대한 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작곡과 믹싱에 사용가능한 전천후 모니터스피커다.

 

2. 현대의 트렌디한 음악부터 올드한 장르까지 대부분의 음악 제작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3. SAM을 통한 스피커 칼리브레이션으로 8330의 성능이 두 단계 정도 더 높아진다.

 

4. 다소 거칠고 라이브한 느낌을 주는데, 작곡에 있어서는 작업의 재미를 더할 수 있으며, 믹싱에 있어서는 소스의 장단점을 여과없이 들려주는 장점이 있다.

 

5. 8331과 비교해, 저음이 빈약하지는 않으나, 8331이 훨씬 단단하고 타이트한 저음을 보유하고 있다. 소리의 반응도 8331이 좀 더 빠른 느낌이며, 이미지는 문제 없으나 리버브 테일 처리등 고역대에 있어서 8331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6. 3웨이를 제외한 왠만한 5인치 모니터스피커 중에서는 정상급 성능이라 자부할만하다. 

 

 

 

 

결국, 홈스튜디오나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일해야하는 소규모 작업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모델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추후에 서브우퍼를 연결하여 (이 서브우퍼도 SAM을 통해 캘리브레이션 됩니다) 성능을 2배 이상 높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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